산업·정책 동향

  • “하도급대금 안정적 지급, 정책 실효성 높여야”
하도급대금의 안정적인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도급대금의 안정적인 지급을 보장하기 위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하도급대금의 안정적인 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원도급자와 발주자의 지급불능 위험이 커지면서 하도급업체의 대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공급망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그렇지만 지급보증 확대와 전자대금 지급시스템 의무화, 발주자 직접지급 확대 등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정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규제가 한 번에 확대될 경우 원도급자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하도급 거래 자체가 위축되는 등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정책은 하도급대금 지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제도를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하도급대금 지급안정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관련 조직과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건설위탁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사유를 축소하고, 건설하도급 분야에 대한 조사·관리 인력도 보강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적용 범위를 민간공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자적 대금지급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불법하도급 신고포상금도 확대하는 등 하도급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지급보증 확대, 전자대금지급시스템 강화, 발주자 직불 확대라는 이른바 ‘3중 보호장치’가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하도급자의 정보 요청권, 대금 지급기일 단축, 하도급대금 압류금지 등 추가적인 규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도급업체 입장에서는 분명히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전문기업의 경우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인건비와 자재비 지급에 차질이 생기고 연쇄적인 경영난을 겪게 될 수 있어 정부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도와 규정을 만드는 것과 실제 대금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일선 현장의 다수 경영자와 전문가의 지적이다. 더욱이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원도급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직영 전환, 자재 직접구매, 소액 분할계약, 위장 직영 등의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정상적인 하도급 시장을 위축시키고 중소 전문기업의 일감을 감소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를 원도급자에 대한 의무와 처벌을 얼마나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하도급업체가 공사대금을 얼마나 신속하고 확실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도급대금 문제의 원인이 원도급자의 고의적인 지급 거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깊이 헤아려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시공 현장에서는 설계변경이나 공사 물량 감소 등에 따른 기성금액 확정과 정산 과정에서 대금 미지급을 둘러싼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비춰볼 때 단순히 지급보증의 범위를 넓히는 것보다 하도급대금 조정과 기성 확정·통지 절차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에 더해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저가 수주와 불합리한 다단계 도급 구조, 인력과 장비의 무리한 조달 등이 불법하도급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적정 공사비 확보와 하도급대금 지급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에도 적정 공사비 확보 여부가 하도급 거래의 건전성과 직결된다. 지나치게 낮은 공사비로 수주한 원도급자가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거나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유인이 커질 경우 대금 체불과 불법하도급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분야 전문 연구기관 역시 ‘규제의 질’과 ‘정책의 실효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건설법제동향 보고서에서 “하도급대금 지급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의 무게중심을 보증과 처벌의 전면 확대에서 △통계 인프라 구축 △위험기반 표적 규제 △신속 분쟁해결·대금 확정 절차 마련 △발주자 지급 능력 확보로 이동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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