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동향

  • “가족끼리 짬짜미” 1300억 모듈러교실 입찰담합

[정보통신신문=김연균기자]

가족업체를 동원해 1300억원 규모의 입찰을 담합한 사례가 적발됐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초·중·고에 카탈로그 계약방식으로 공급한 모듈러교실을 특정업체가 가족과 친족으로 구성된 업체들과 공모해 입찰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조달청, 각 시·도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카탈로그 계약이란 상품의 기능이나 특징·조건·가격 등을 설명한 카탈로그를 계약업체들이 제시하고, 수요기관은 제시된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견적을 요청하고 계약업체가 제안한 서비스의 규격·가격 등을 평가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용역계약이다.

카탈로그 계약의 경우 수요기관에서 입찰 참가업체에 제안가격을 제시해야 하나, 제안가격 산정에 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교육기관별로 카탈로그 등록 업체로부터 견적을 제출받아 그 금액을 토대로 제안가격으로 산정함에 따라, 수요기관이 제시하는 제안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낙찰가격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국민권익위는 올해 3월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과 관련된 A업체의 입찰비리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신고는 A업체와 유착된 관계사들이 X교육청에서 발주한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에 함께 참여해 가격경쟁 왜곡 및 물품의 가격 상승 등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민권익위는 해당 신고를 조사하던 중 A업체가 체결한 X교육청 외에도 유사한 계약담합 비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A업체 및 B업체와 체결한 전국 13개 지역 계약 324건 중 33건을 선별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 결과, A업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B·C업체는 2020년 A업체에서 분할돼 가족·친족들이 대표와 임원으로 있는 특수관계 회사들로서 A업체 대표는 친족과 함께 B업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C업체 대표는 A업체 대표의 배우자였다.

이러한 특수관계를 이용해 A업체와 B업체는 최근 4년간 전체 카탈로그 계약 발주물량 324건의 약 31%인 99건을 독점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별로는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A업체가 76건 1000억원, B업체는 총 23건 293억원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고, C업체는 입찰담합에는 가담했으나 수주 실적이 없어 들러리 역할만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업체 대표는 자신의 배우자와 친족을 내세워 B·C업체와 가격담합을 통해 입찰에 반복적으로 참여해 고의로 입찰가격을 높거나 낮게 투찰하는 방법 등으로 A업체 또는 B업체의 낙찰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모듈러교실에 대한 교육기관들의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듈러교실은 건축자재 및 비품 등에서 환경오염물질 방출량이 높아 학생들과 교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용 전 2회 이상 실내공기질 측정을 하도록 계약서 및 과업지시서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납품업체 부담으로 실내공기질을 측정토록 한 후 그 결과를 제출받고 있어 측정 결과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담합 등 입찰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추가 비리 적발을 위해 해당 부패신고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조달청 및 시·도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

한편 전국의 모든 교육청이 카탈로그 계약을 통해 입찰한 것은 아니며, 일부 교육청의 경우 모듈러교실을 모두 총액입찰 제도를 통해 제안서 평가로 선정된 우수업체와 계약해 본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바와 같이 특정업체들에 의한 입찰담합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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