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박남수기자]
울산·부산·경남 등 동남권 제조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지역 주도형 연구개발(R&D)이 본격화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지역 산·학·연 역량을 결집하는 R&D 컨트롤타워를 맡아 조선AX·전력반도체·첨단항공을 중심으로 원천기술 개발부터 현장 실증, 사업화까지 연결한다.
UN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4극3특 지역 자율 R&D 사업’ 출범에 맞춰 동남권 지역 자율 R&D 사업단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UNIST가 주관하며 부산·울산·경남 지자체와 연구개발지원단, 대학, 출연연, 기업 등이 참여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4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에 총 789억원의 국비를 투입한다. 지역이 자체적으로 중점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원과 출연연이 기획부터 성과 확산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동남권에는 올해 131억원이 투입돼 9개 과제가 추진된다. 분야별로 조선AX에 43억3000만원, 전력반도체와 첨단항공 추진기술에 각각 40억원, 기술분야 통합에 7억7000만원이 배정된다. 10월 과제 선정과 협약을 거쳐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조현장에 AI·디지털 기술 직접 적용
이번 사업의 핵심은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천기술→시제품→현장실증→시험·인증→양산·사업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R&D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UNIST 사업단은 산업현장의 기술 수요를 발굴해 과제로 기획하고 동남권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수요기업은 기획 단계부터 제조데이터와 시제품, 생산설비 등을 제공해 개발된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높인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제조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산업현장 고도화가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조선AX 분야에서는 제조데이터 기반 피지컬 AI 자율공정 플랫폼과 조선 기자재 지능형 검사기술을 개발·실증한다. 이를 통해 조선소 생산공정의 자동화와 품질 향상을 추진한다.
이는 향후 조선·제조현장에 AI 서버와 데이터 처리 인프라뿐 아니라 산업용 네트워크, 센서, 영상·검사시스템, 엣지컴퓨팅, 통합관제 등 ICT 인프라 구축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력반도체·항공도 디지털 제조로 전환
전력반도체 분야에서는 고전압·고효율 시스템에 필요한 차세대 원천소재와 기판·소자를 개발한다. 전력변환, 모듈·패키징, 신뢰성 검증 등을 연계해 시험·인증과 수요기업 실증까지 이어가는 사업화 기반을 마련한다.
첨단항공 분야에서는 차세대 추진·구동 시스템과 고효율 배터리·하이브리드 동력 시스템, 고성능 소재·제조공정을 개발하고 지역 항공 제조기반에서 검증해 국내외 공급망 진입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이 확대되면 제조설비의 디지털화와 함께 고속 유·무선 네트워크, 산업용 IoT,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 AI 기반 설비제어 및 원격관제 등 정보통신공사업과 연계되는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공사업계, ‘제조 AX 인프라’ 주목
이번 사업에서 정보통신공사업계가 주목할 부분은 지역 제조업의 R&D가 현장 실증 중심으로 추진된다는 점이다.
AI 기술이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되려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서버·스토리지, 산업용 통신설비, 보안 및 관제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와 자율공정이 확산될수록 생산설비와 로봇, 센서, 카메라 등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공사업체 역시 단순 통신설비 시공을 넘어 산업현장 네트워크 설계·구축과 데이터·AI 인프라 연계, 통합관제, 유지관리 역량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동남권 사업단은 퇴직 과학기술인과 지역 재직자의 역량을 활용하는 K-UBRC(한국형 대학 연계 은퇴자 커뮤니티)를 통해 기업 애로기술 해결, 공동연구, 현장형 인재 양성, 기술사업화도 지원한다.
2026~2030년 중장기 계획안에는 총 2531억원 규모의 투자가 담겼다. 국비 2131억원과 지방비 400억원을 투입해 기술개발과 실증·사업화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투자 규모는 향후 정부 예산 편성과 사업 성과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윤태식 동남권 지역 자율 R&D 사업단장은 “동남권의 과제는 이미 갖춘 제조역량을 미래기술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는 데 있다”며 “원천기술부터 현장실증과 양산까지 단절 없이 추진해 검증된 기술을 글로벌 경쟁우위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래 UNIST 총장은 “지역 자율 R&D는 부·울·경이 강점을 모아 성장경로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지역혁신의 전환점”이라며 “UNIST가 산업계와 대학, 출연연의 역량을 결집해 동남권을 기술과 제조, 인재가 선순환하는 글로벌 제조혁신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