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우리 경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올해 첫 분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8% 성장하며 급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질 GDP 성장률(전기 대비)은 지난 2020년 3분기의 2.3% 이후 5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에는 1분기 역성장(-0.2%)을 기록하고 2분기와 3분기에 0.6%, 1.4%를 기록해 개선 흐름을 보이다가 4분기에 다시 위축(-0.1%)된 바 있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DP를 당초 4월 23일 밝힌 바 있는 속보치보다도 0.1%포인트(p) 높여 잡았다. 분기 최종월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실적이 상향 조정된 점을 추가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성장 흐름은 ICT 산업이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활동별 성장률을 살펴보면, 제조업 분야는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 핵심 ICT 품목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3.9% 증가했다.
특히 ICT 제조업은 15.4%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비ICT 제조업은 오히려 0.9% 감소해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동안 부진했던 건설업은 반등 신호를 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동시에 회복되면서 전분기 대비 2.2% 증가했다. 2024년 2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역성장한 바 있으나, 이번 1분기에 2년 만에 성장 흐름으로 돌아서게 됐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0.6% 성장하며 개선세를 뒷받침했다. 다만 정보통신업은 전분기 대비 0.5% 소폭 감소하며 다소 주춤했다.
지출항목별로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지표 개선을 주도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CT 품목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5.9% 증가했고, 수입은 기계·장비와 자동차 등이 늘어나며 3.9% 증가해 대외 교역이 활성화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고르게 늘어 6.6%,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동반 증가해 1.4% 상승했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와 금융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살아나 0.6%의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전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이밖에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 지표인 국민총소득(GNI)이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1분기 실질 GNI는 전분기 대비 9.2%의 높은 증가율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질 GDP 성장률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전반적인 교역조건 개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명목 GDP는 전분기 대비 10.5%, 명목 GNI는 11.0% 증가하며 물가상승분이 반영되는 명목 지표의 변화가 실질 지표 대비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1/4분기 잠정 국민소득과 관련해 9일 기자설명회에 나선 김화용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1분기 명목 GDP 성장률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니라 수출 기업 수익성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같은 명목 GNI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중 4만달러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달성 여부는 기업 실적과 원·달러 환율 향방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거시경제 지표 전반의 견고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경기 하방 위험 요인은 상존하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간한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 경제는 기술 선도 업종을 주축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이로 인한 원유 수송 차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유 수급에 민감한 일부 국내 제조 부문의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물가 상방 압력이 누적되는 등 기술 외적 부문의 경기 회복 흐름을 제약할 수 있는 요소들이 포착되고 있어 향후 대외 공급망 관리가 안정적·지속적인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의 경제 회복 흐름이 일시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지속되도록 정상외교와 경제협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