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처벌과 규제 중심의 산업안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선 현장의 산재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605명으로 전년(589명)보다 16명(2.7%) 증가했다. 특히 건설업 사망자는 286명으로 전년(276명) 대비 10명(3.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지난해 사망자가 158명으로 전년보다 17명 감소했지만, 기타 업종의 사망자는 161명으로 23명 증가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특히 도·소매업, 임업·어업 등 안전관리 기반이 취약한 분야에서 사망사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351명이 사망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만 174명이 사망해 전년 대비 14.5% 급증했다. 건설업 역시 공사비 5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 전체적인 증가세를 견인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과 ‘부딪힘’, ‘무너짐’ 등이 증가한 반면 ‘끼임’, ‘물체에 맞음’은 감소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흡한 안전조치가 사고의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재해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과 맞물린다. 지난해 9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 재해자 수와 재해율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사망자 수와 사망률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형사처벌 중심의 정책적 한계를 지적했다. 기업들이 실질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서류 구비나 법적 책임 회피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산재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 과제로는 △명확한 안전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 △산업안전 감독 인력 확충 및 전문성 강화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재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맞춤형 안전관리 지원이 중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일률적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안전 인프라가 취약한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통해 2만3000개 소규모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고,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 및 현장 점검 확대 등 예방 중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산업재해의 실질적인 감소를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게 여러 연구와 사고 통계의 공통된 메시지다. 요컨대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현장의 자율적 참여와 안전문화 정착, 예방 중심의 정책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다수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한다.